AI는 세상의 보편적인 지식을 거의 다 흡수하고 있는데, 정작 저희 외할머니 생신은 모릅니다. 회사도 똑같았어요. 퇴사하신 분 프로젝트를 맡고 나서, 이미 떠난 분께 여러 번 연락을 드려야 했습니다. 조직의 지식을 사람과 AI가 같이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남기려고 만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안녕하세요. NxtCloud에서 nxtgen-ax를 만들고 있는 Brad입니다. 이번 글은 코드 이야기라기보다는 왜 이걸 만들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에 가까워요. 정리를 해보자면 결국 "AI가 보편적인 지식을 다 흡수하면, 그 다음에 남는 건 뭘까"라는 질문 하나에서 출발했습니다.
인간이 여기까지 온 이유는 종이라고 생각을 해요
LLM이 발전하는 걸 보면 지금의 AI는 아직 과도기라고 생각을 해요. 처음에는 다음 글자를 확률로 맞추는 기계였을지 몰라도,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사람이 못 풀던 난제도 풀어내고 있잖아요.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고 누구나 느끼고 계실 거예요.
여기에 제 견해를 좀 풀어보면요.
인간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지금처럼 고지능 생물로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대의 지식을 후대에 전달할 수 있게 되면서,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이 한 사람의 100년에서 끝나지 않게 됐어요. 더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세대를 넘어서 이어진 거죠.
그 의지가 얇은 네모난 나무 조각 위에 잉크로 "기록"이 되면서, 후손들은 전기로 가는 차도 타보고 우주라는 미지의 공간에도 발을 들이고 세상의 근원이 어디인지에 대한 답도 적어나가고 있습니다.
종이가 모여서 책이 되고, 책이 모여서 도서관이 되고, 그 도서관에서 지식을 탐구하는 사람들의 학습의 장을 학교라고 부르잖아요. 사람은 학습할 수 있는 시간과 신체적인 한계가 있으니까, 학교에서 특정 분야를 배우고 그 지식으로 사회에 영향을 주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부릅니다. 한 분야만 전문가가 돼도 우리 사회는 고급 인력이라고 하죠. 두 분야면 더할 나위가 없고요.
그런데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 모든 분야의 지식을 습득한다면요?
저희는 과연 "그것"을 뭐라고 부르게 될까요.
저는 그 역할을 지금 AI, LLM, AGI가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보편적" 지식이에요.
동굴 벽화에서 종이, 책, 도서관, 학교, 전문가로 이어지는 지식 전달의 흐름과, 그 끝에서 모든 분야를 흡수한 AI를 보며 "이게 뭐지?" 하고 갸웃하는 사람
그러면 진짜 moat는 뭘까
그래서 고민을 좀 해봤어요. AI가 보편적인 지식을 전부 흡수한다면, 진짜 moat로는 뭐가 남을까.
AI가 제 삶에 들어와서 삶의 질을 올려주려면 보편적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을 해요. 예를 들면 외할머니 생신이어서 안부 전화를 드리고 싶은데, AI는 보편적 지식만 흡수했으니까 저희 외할머니 전화번호도 모르고 생신이 언제인지도 모릅니다.
제가 본 방향은 이거예요. AI가 보편적 지식이 아니라 개인적 지식을 자유롭게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깔아줘야 한다는 것.
한마디로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같이 읽고 같이 업데이트할 수 있는 구조화된 지식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AI가 물이라면 구조는 유리컵이라고 생각을 해요. 물은 그 자체로 대단한데, 담을 그릇이 없으면 그냥 바닥에 쏟아집니다. 컵의 모양대로 담기는 거고요. 개인이나 조직의 지식도 똑같아서 아무리 좋은 모델이 와도 담아둘 구조가 없으면 그대로 흘러가 버려요.
물론 개별적인 지식을 담는 기술로 검색 증강 생성(RAG)이 있습니다. 근데 이건 어디까지나 의미적 유사도를 기반으로 하고요. 벡터 DB를 개인이나 팀이 직접 들고 가기에는 벤더 종속성도 있고, 일반인도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나 무거움 같은 것들을 고려를 했어요.
해자(moat)로 둘러싸인 성 옆에서 "그래서 moat가 정확히 뭔데?" 하고 고민하는 사람
OKF는 사실 별게 아니에요
단편적인 유사도 검색을 넘어서 지식 그래프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OKF(Open Knowledge Format)를 적용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고 봤습니다.
OKF는 사실 별게 아니에요. 마크다운 파일에 프론트매터 몇 줄 붙이고, 문서끼리 링크로 걸어둔 게 전부입니다. 대단한 기술이 들어간 것처럼 안 보이는 게 오히려 핵심이라고 생각을 해요.
사람이 그냥 열어서 읽을 수 있고, AI도 그 파일을 그대로 읽습니다. 특정 회사 서비스에 묶이지도 않고요. 임베딩을 다시 돌릴 필요도 없고, 검색이 틀렸을 때 왜 틀렸는지 못 들여다보는 블랙박스도 아닙니다. 이상하면 그냥 문서를 열어보면 끝이에요.
그리고 문서끼리 걸어둔 링크가 그대로 그래프가 됩니다. 외할머니 문서에서 생신으로, 가족 연락처로 이어지는 길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남아요. AI는 그 길을 따라가면 되는 거고요.
문서에 프론트매터를 붙이고 문서끼리 링크로 이으면 그래프가 되고, 사람과 AI가 같은 문서를 읽는다. 외할머니 문서에서 생신, 전화, 가족으로 이어지는 링크 예시
개인이 아니라 조직의 개별적 지식이라면요
여기까지는 전부 제 개인 이야기예요. 제 외할머니 생신, 제 일정, 제가 남긴 기록.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가봤습니다.
개인의 개별적 지식이 아니라, 조직의 개별적 지식이라면요?
생각해보면 회사도 똑같아요. 아니 더 심합니다. 개인은 적어도 자기가 뭘 알고 있는지는 본인이 알잖아요. 조직은 그 지식이 여러 사람 머리에 쪼개져서 흩어져 있어서, 누가 뭘 아는지조차 조직 전체가 모릅니다.
AI한테 "우리 회사는 이 고객사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어?"라고 물어봐야 소용이 없어요. 보편적 지식 어디에도 저희 회사는 없으니까요. 저희 외할머니 전화번호를 모르는 것과 정확히 같은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건 그냥 좀 불편한 정도가 아니었어요.
개인은 자기 지식을 한 손에 들고 있지만, 조직의 지식은 여러 사람 머리에 쪼개져 있다. AI가 회사에 대해 물어봐도 흩어진 문서 앞에서 답을 못 찾는다
이미 퇴사하신 분께 계속 연락을 드렸습니다
제일 크게 겪은 건 퇴사한 직원의 프로젝트를 맡게 됐을 때였습니다.
인수인계 문서라는 걸 받긴 받았는데, 막상 프로젝트를 진행을 하다 보면 문서에 없는 것들이 계속 나왔어요. 이건 왜 이렇게 설정해둔 건지, 이 계정은 어디에 쓰이는 건지, 고객사랑 뭘 합의했었는지.
결국 이미 회사를 나간 분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요.
그분 입장에서도 이미 떠난 회사 일로 연락 받는 게 반가울 리가 없고, 저도 매번 연락드리는 게 눈치가 보였어요. 그리고 답을 못 받으면 거기서 그냥 멈춥니다. 프로젝트가 사람 한 명의 기억에 묶여 있었던 거예요.
조직의 지식은 대부분 사람 머리 안에, 슬랙 스크롤 어딘가에, 누군가의 개인 노션 페이지 안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나가면 지식도 같이 나가요. 인수인계 문서 한 장에 옮겨지는 양은, 그분이 실제로 들고 있던 것의 일부밖에 안 됩니다.
인수인계 문서를 받고도 물음표가 계속 뜨고, 슬랙으로 "혹시 이거 어떻게 설정했었죠?" 하고 퇴사한 분께 연락을 드리다 답이 끊기면 멈추는 과정
그래서 만든 게 nxtgen-ax 예요
제가 만들고 싶었던 건 이겁니다. 조직의 지식을 마크다운 문서로 쌓고, 그 문서들을 링크로 엮어서 조직 전체가 하나의 지식 그래프를 갖는 것. 그리고 그 그래프를 사람만 보는 게 아니라 AI가 같이 탐색하는 것.
동작은 단순해요.
문서는 각자의 로컬에 마크다운 파일로 저장이 됩니다. 서버 어딘가에만 있는 게 아니라 제 노트북 디스크에 실제 파일로 있어요. 그 문서들이 조직원들 사이에서 동기화가 되고요. 제가 쓴 문서는 팀원 로컬에도 같은 파일로 내려갑니다. 결국 조직 구성원 전원이 같은 지식 그래프를 각자 로컬에 하나씩 들고 있게 되는 거예요. AI는 이 로컬 파일을 그대로 읽습니다. 중간에 인덱싱 서버나 벡터 DB를 거치지 않고요.
각자의 노트북에 있는 마크다운 문서가 링크로 엮여 하나의 지식 그래프가 되고, 구성원 사이에 동기화되며, AI가 그 그래프를 그대로 읽는다. 서버는 필요 없다
nxtgen-ax의 그래프 뷰. 노드 1106개, 링크 1749개가 계층(parent), 관련(related), 본문 링크로 구분되어 보인다
실제 nxtgen-ax 애플리케이션의 그래프 뷰
물론 알아서 되는 건 아니에요
사람이 문서를 정리하는 노력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어디에 둘지, 제목을 뭐라고 붙일지, 어떤 문서랑 연결해둘지.
이걸 안 하면 지식 그래프가 아니라 그냥 MD 파일 더미가 돼요. 폴더를 열었는데 파일 200개가 아무 관계 없이 쌓여 있으면 사람도 못 찾고 AI도 못 찾겠죠? 링크가 없으면 그래프도 없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이건 새로 생긴 일이 아니에요. 노션에서 이미 해오던 일이잖아요. 페이지 만들고, 제목 정하고, 적당한 상위 페이지 밑에 넣고, 관련 페이지 링크 걸고. 문서를 정리하는 수고 자체는 어차피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달라지는 건 그 결과물이 어디에 남느냐예요. 노션에 정리하면 노션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지식이 되고, 마크다운으로 정리하면 사람도 AI도 어떤 도구로든 읽을 수 있는 지식이 됩니다. 들이는 노력은 비슷한데 쓸 수 있는 범위가 달라요.
링크가 없으면 지식 그래프가 아니라 MD 파일 더미가 된다
굳이 로컬 파일을 고집한 이유
AI 에이전트가 지식을 활용하려면 결국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파일만큼 보편적인 인터페이스가 없잖아요.
어떤 모델을 쓰든 어떤 에이전트를 쓰든 파일은 읽습니다. 오늘 쓰던 모델을 내일 다른 걸로 갈아타도 지식은 그대로 남아요. 벤더가 바뀌어도 제 지식은 제 디스크에 있습니다.
실제로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어요
"작년에 이 고객사 마이그레이션 어떻게 했었지"를 이제 사람한테 묻지 않습니다. AI한테 물어봐요. AI는 관련 문서를 링크 따라가면서 찾아서 답합니다. 답이 이상하면 원본 문서를 열어서 고쳐요. 고친 문서는 다시 동기화돼서 팀 전체의 지식이 됩니다.
지식을 쌓는 행위랑 AI가 그걸 꺼내 쓰는 행위가 같은 파일 위에서 일어나는 거예요. 따로 관리하는 지식 시스템이 아니라, 일하면서 남긴 기록이 그대로 AI의 컨텍스트가 되는 구조입니다.
궁금한 게 있는 사람이 AI에게 묻고, AI가 링크를 따라 관련 문서 묶음을 찾아온다
nxtgen-ax 안에서 Claude Code에게 "우리 기술 블로그 어디다 정리했지?"라고 묻자 볼트를 검색해 두 위치를 찾아 답한 화면
실제로 Claude를 통해서 볼트 안의 지식을 검색한 화면
마치며
앞에서 인간이 종이에 기록을 남겨서 다음 세대가 그 위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고 썼어요.
조직도 똑같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조직의 종이는 지금까지 너무 흩어져 있었고, 그걸 읽는 주체가 사람뿐이었어요.
이제 읽는 독자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그 독자를 위해서 기록을 어떤 모양으로 남길 것인가. 저는 그게 OKF 같은 형식이고 nxtgen-ax 같은 도구라고 생각을 합니다.
구성원은 떠나도, 지식은 남아야 하니까요.
구성원은 떠나도 마크다운 문서는 남아 지식이 이어진다. "구성원은 떠나도, 지식은 남아야 하니까요."